늦여름 寧國寺에서 -

(5) 아침 숲

밤새 또 비가 내렸고, 이제 아침해가 떠오른다.
숲에 왔다. 이 숲은 등산로에서 비껴있는 야트막한 돌산이다. 그래도 동쪽으로는 절벽도 있고, 그 옆은 개천이 흐르고 또 그옆에 넓은 바위가 있어서 누워서 하늘을 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잘 안다니는 곳이라 다람쥐와 청살모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가까운 나무에서 새가 지저귄다. 돌산이라 소나무가 많고, 그 아래는 초록 양탄자같은 이끼와 버섯들이 자라고 있다.

나뭇잎 사이로 해가 비치고, 젖은 풀과 나뭇잎들이 햇빛에 반짝인다. 숲은 물을 머금어 시원한 바람이 분다. 여기서 내가 하는 일이란 천천히, 조용히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보고, 듣고, 냄새맡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나 자신도 숲 안에 동화된다.

참 오랫만에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



200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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